2가지 달러 패권과 스테이블코인의 역학관계, 그리고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달러 패권의 역설: 신뢰가 만든 디지털 통화의 성장

역설적이게도 달러의 절대적 지배가, 최근 스테이블코인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어내고 있다. 전 세계 금융의 기본 단위는 여전히 ‘달러(USD)’이다. 1971년 닉슨 쇼크 이후 금본위제가 붕괴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달러는 여전히 국제 결제, 원자재 거래, 외환보유고의 60% 이상을 점유하며 ‘기축통화의 왕좌’를 지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본적으로 달러와 1:1로 교환 가능한 디지털 자산이다. 즉, 달러의 신뢰를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적 틀에 옮겨온 존재다.

테더(USDT), 서클의 USD코인(USDC), 그리고 최근 급부상한 First Digital USD(FDUSD)까지, 이들은 모두 “디지털 달러”로서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의 유동성을 지탱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약 16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그 중 90% 이상이 달러 페그(peg) 형태이다. 흥미로운 점은, 달러 패권이 흔들릴수록 오히려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의 강세 요인: 디지털 신뢰의 이동

최근 스테이블코인의 강세는 단순한 암호화폐 시장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이는 달러 중심 금융 질서의 ‘디지털 확장’과 동시에, 기존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보완하려는 신뢰의 재배치 현상이라 할 수 있다.

(1) 글로벌 금융 불안과 유동성 선호

2022년 이후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신흥국 외채위기 우려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달러 유동성 확보’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직접 달러를 보유하기 어렵거나, 국제 송금망(SWIFT)에 접근이 제한된 지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대체 달러’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특히 아시아·남미·중동 지역에서는, 테더(USDT)가 실질적 달러보다 더 빠르고 자유로운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2) 탈중앙 금융(DeFi)과의 결합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탈중앙 금융(DeFi)의 핵심 인프라로 작동한다. 예금, 대출, 파생상품 등 블록체인 기반 금융의 모든 거래가 스테이블코인을 기초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에 안정적으로 연결된 이 자산은,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도 ‘디지털 금융의 기준금리’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3) 국가 통화의 불신과 암시장 유통

터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등 자국 통화 가치가 급락한 국가들에서는, 시민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안전한 디지털 달러’로 간주한다.

이들은 공식 금융망을 통하지 않고도 USDT를 통해 달러 자산을 사실상 보유할 수 있으며, 이는 암시장과 실물 경제의 양쪽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의 강세는 “달러의 신뢰를 블록체인이 재해석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즉, 법정통화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질수록, 디지털 형태의 달러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달러 패권과 스테이블코인의 역학관계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의 신뢰에 기대어 성장했지만, 동시에 달러 패권을 새로운 형태로 재편하고 있다.

(1) 달러의 디지털 식민지

테더와 USDC는 민간 기업이 발행하지만, 그 기초자산은 달러와 미국 국채다.

즉, 세계 각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순간, 결국 미국 국채를 간접적으로 구매하고 달러 시스템을 강화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 현상은 일종의 ‘디지털 달러화(化)’이다. 달러 패권은 더 이상 워싱턴의 중앙은행 창구에 머무르지 않고, 블록체인 상의 전자지갑 속으로 확산되고 있다.

(2) 미국 정부의 이중전략

흥미롭게도,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규제 대상으로 간주하면서도 완전한 금지는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의 금융제재 시스템을 우회하는 위험도 있지만, 반대로 달러의 영향력을 전 지구적으로 확장하는 디지털 통로이기 때문이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패권의 새로운 ‘민간형 전위부대’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탈달러화’의 바람은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달러 디지털화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의 다극화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1) 브릭스(BRICS)의 금융전략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국가들은 공동결제통화 구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금융제재를 계기로 ‘금 기반 결제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디지털 루블, 디지털 위안의 실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들은 “달러를 거치지 않고, 자국 통화나 실물자산 기반으로 무역결제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즉, 달러 중심의 글로벌 송금·결제 질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2)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확산

국가 단위의 디지털 화폐, 즉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역시 탈달러화의 한 축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미 디지털 위안(e-CNY)을 시범 운용 중이며, 러시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뒤를 잇고 있다. 이들 CBDC가 상호 호환될 경우, 미국 SWIFT 시스템을 거치지 않는 블록체인형 국제 결제망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 중심에는 점점 더 ‘신뢰 가능한 실물자산’, 즉 금(Gold)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의미: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신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달러 중심 시스템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질수록,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Gold-backed Stablecoin)은 자연스레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1) ‘금의 귀환’ — 변동성 시대의 절대 기준

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신뢰의 자산이다. 통화가 붕괴할 때마다 금은 다시 통화의 ‘기준점’으로 돌아왔다.

디지털 시대의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이 전통적 신뢰를 블록체인 기술로 재현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PAX Gold(PAXG), Tether Gold(XAUT) 가 있다. 이 코인들은 1개의 토큰이 1온스의 실제 금으로 100% 담보되어 있으며, 런던금괴협회(LBMA) 인증 금괴로 보관된다.

투자자는 언제든 디지털 토큰을 실제 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즉, 이는 단순한 암호화폐가 아닌, 디지털 금 증서(Digital Gold Certificate)라 할 수 있다.

(2) 신흥국의 관심과 전략적 의미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자국 외환보유고에서 금 비중을 확대하고 있으며, ‘금 기반 디지털 화폐’ 발행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중앙은행은 서방의 금융제재 이후, “금으로 뒷받침되는 디지털 루블” 구상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통화 실험이 아니라, ‘달러 신뢰 체계에서 벗어난 새로운 가치표준의 구축’이라는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탈달러화 시대의 디지털 금본위제 복귀 실험인 셈이다.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한계와 도전

물론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1. 유동성 한계 — 금은 실물 보관이 필요하고, 발행량이 제한적이다. 디지털 시장의 빠른 유동성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2. 규제 리스크 — 금 거래 및 보유는 각국의 외환관리 제도와 충돌할 수 있다.
  3. 가격 변동성 — 달러 대비 안정적이지만, 국제 금값이 변하면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실물 담보를 가진 디지털 자산’이라는 점에서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여전히 중요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신뢰의 전쟁터다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은 단순한 기술혁신의 결과가 아니다.

그 배경에는 금리 인상, 지정학 리스크, 통화정책의 신뢰 위기라는 복합적 요인이 있다. 즉, 세계가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다시 ‘안정된 가치 저장 수단’을 찾는다.

과거에는 달러, 그 이전에는 금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블록체인 위의 디지털 달러디지털 금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세계는 두 가지 축으로 나뉠 것이다.

  • 하나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미국 중심의 금융질서를 디지털로 확장하는 방향,
  • 다른 하나는 금 기반 혹은 다자 자산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탈달러화의 흐름이다.

결국 싸움의 본질은 “어떤 자산이 신뢰를 대표할 것인가”에 있다. 그리고 그 신뢰의 전쟁터 한복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새로운 금융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slowburger
slowburger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