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이후의 50년: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만드는 새로운 지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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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닉슨 대통령은 금과 달러의 교환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그날 이후, 세계는 금본위제에서 벗어나 ‘신용 기반 통화체제’, 곧 미국의 달러 패권 체제로 들어섰다. 달러는 더 이상 금으로 교환되지 않았지만, 석유·무역·국채를 통해 전 세계의 가치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 그 체제가 디지털 시대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2020년대 들어, 달러 패권은 여전히 견고해 보이지만 내부에는 불안의 징후가 뚜렷하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미국 부채의 천문학적 증가, 그리고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세계 각국은 “달러 의존의 리스크”를 체감하고 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스테이블코인금 기반 디지털 자산이다.

패권의 수단에서 부담으로: 달러의 딜레마

달러의 힘은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그리고 금융 인프라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 절대적인 영향력은 역설적으로 ‘세계적 불균형’을 낳았다.

  • 미국은 자국 통화를 무제한으로 발행해도 외국에서 수요가 유지된다.
  • 반면, 다른 나라들은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무역흑자를 유지해야 한다.
  • 이 불균형은 “미국의 적자 = 세계의 유동성 공급”이라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이 시스템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35조 달러를 돌파, 연준의 긴축 완화는 구조적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 더 이상 달러만으로 세계의 신뢰를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디지털 자산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지정학적 변수로 등장한다.

디지털 패권의 경쟁: 달러 vs 위안 vs 금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코인이 아니다. 그것은 통화 신뢰의 디지털화, 나아가 패권의 재코딩(Re-coding) 이다.

(1) 미국의 전략 — “디지털 달러를 통한 패권 연장”

미국은 아직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공식 발행하지 않았다. 대신 민간 주도의 USDT, USDC가 사실상 디지털 달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국채와 달러를 담보로 하고 있어, 미국 금융시장으로 자본을 빨아들이는 효과를 낸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 블록체인 상의 거래가 USDT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순간, 달러는 다시 한번 보이지 않는 손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배하게 된다.

(2) 중국의 전략 — “디지털 위안의 실물 결제 시스템화”

중국은 다르다. 그들은 “달러를 우회하는 새로운 금융회로”를 만들고 있다. 디지털 위안(e-CNY)은 국가 주도형 블록체인 시스템 위에서 작동하며, 러시아, 이란, 브라질 등과의 교역에 시범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SWIFT 없는 결제망’을 구축하려 한다. 그리고 그 결제 신뢰를 뒷받침할 자산으로 **금(Gold)**을 활용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5년간 3000톤 이상의 금을 매입하며 **‘금본위적 디지털 결제 체계’**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3) 제3세력 —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부상”

미국의 달러와 중국의 위안 사이에서, 민간 혹은 소규모 국가들은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선택지로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PAX Gold(PAXG), Tether Gold(XAUT), CACHE Gold(CGTC) 등이 있다. 이들은 1토큰당 1온스 금을 담보로 하며, 실제 금괴로 100% 보증된다. 특정 국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중립적 가치 저장수단’으로 평가받는다.

결국 2020년대의 통화 전쟁은

  • 달러 기반 디지털 신뢰,
  • 국가형 디지털 화폐(위안, 루블 등),
  • 실물자산 기반의 디지털 신뢰(금) 이 세 축의 경쟁으로 요약된다.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지정학적 의미

달러 금 스테이블코인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국제 질서의 재배열을 촉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1) 금융제재의 무력화

미국은 달러 패권을 통해 SWIFT, 결제망, 은행 계좌를 무기로 삼아왔다. 그러나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집중식 결제 시스템을 통하지 않기 때문에, 제재의 실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나 이란이 금 담보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원유나 천연가스를 결제한다면, 미국 금융망을 거치지 않고도 거래가 가능하다. 이는 달러 패권의 근본을 흔드는 움직임이다.

(2) 신흥국 간 무역의 새로운 결제 표준

브릭스 확대 이후, 브라질·인도·남아공 등은 서로 다른 통화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달러를 중개통화로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공통 결제단위’로 삼는 시도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일종의 “디지털 금본위 무역 결제 시스템”으로, 과거 브레튼우즈 체제의 반대 방향으로 진화하는 형태다.

(3) 실물자산의 디지털화 = 지정학적 중립성 확보

금은 어느 한 나라가 독점할 수 없는 자산이다. 따라서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정치적 중립성을 가진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다극화된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블록체인 상에서 금의 소유권을 증명하고, 국가 간 결제에 활용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탈달러 질서의 중립적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디지털 브레튼우즈”의 도래 가능성

이미지출처: https://www.romeconomics.com/the-bretton-woods-system/

역사는 반복되지만, 형태는 바뀐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가 금본위 달러를 중심으로 세계 통화질서를 세웠다면, 21세기 중반에는 “디지털 브레튼우즈”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 핵심은 다음 세 가지다.

  1. 기축 통화의 분산화 — 달러 중심이 아닌, 달러·위안·금 기반 코인의 삼각 체제
  2. 결제 인프라의 블록체인화 — SWIFT 대신 디지털 결제 네트워크
  3. 신뢰의 재정의 — 중앙은행의 신용 대신, 실물자산 담보와 코드 투명성에 기반한 신뢰

이런 흐름이 현실화된다면, 미국의 패권은 약화되지만 세계 금융의 리스크 분산과 신뢰 다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현실적 과제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1. 규모의 한계 — 금 시장은 크지만, 디지털 담보로 전환할 수 있는 물리적 제약이 있다.
  2. 거래비용 — 금을 실제로 보관하고 관리해야 하므로 발행·유통 비용이 높다.
  3. 정치적 저항 — 미국과 서방 금융권은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패권을 위협한다고 보고, 규제 또는 불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4. 기술적 투명성 — 금 실물 보유를 블록체인상에서 100% 검증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곧바로 세계 통화를 대체하긴 어렵다. 그러나 탈달러 시대의 신뢰 자산으로서의 잠재력은 분명히 커지고 있다.

2030년의 시나리오: “달러는 남고, 금은 돌아온다”

2030년쯤, 세계 통화 지형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구분주요 형태역할
1. 디지털 달러 (USDT, USDC)민간 중심글로벌 유동성·결제 인프라 유지
2. 디지털 위안 (e-CNY)국가 중심아시아·중동 교역 결제망
3.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 (PAXG, XAUT 등)실물 중심신흥국 및 비동맹권의 가치저장 수단
4. 기타 다자 디지털 통화 (BRICS Coin, SDR 기반)다자간 협력달러 의존도 분산

이 체제는 완전한 ‘탈달러화’라기보다, “다원적 통화 생태계”의 출현이라 할 수 있다. 즉, 달러는 여전히 중심에 남지만, 그 주위에는 금과 다른 디지털 통화들이 **‘균형추’**로서 기능하게 된다.

신뢰의 기준이 이동하는 시대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단순한 금융 혁신이 아니라, “신뢰의 기준이 이동하는 현상”이다.

20세기의 신뢰는 중앙은행과 금고에 있었다. 21세기의 신뢰는 코드, 담보, 그리고 투명한 자산 구조 위에 세워지고 있다. 달러는 여전히 강하지만, 그 신뢰는 더 이상 독점되지 않는다.

금은 블록체인 위에서 다시 살아나며, 스테이블코인은 새로운 금융 패권의 지도를 그려가고 있다. 결국, 미래의 화폐 전쟁은 총과 탱크가 아닌 데이터와 신뢰, 그리고 금의 디지털화로 벌어질 것이다.

달러 이후의 50년, 세상은 다시 “무엇이 진짜 가치인가”를 묻고 있다. 그리고 그 답은 어쩌면, 반짝이는 금빛 데이터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slowbu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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