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진정성을 묻다: 스포티파이의 75백만 곡 삭제가 던진 AI 시대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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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세계 최대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가 지난 1년 동안 무려 7500만 개에 달하는 ‘스팸 트랙’을 삭제했다는 소식은 디지털 창작 생태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수치는 스포티파이 전체 라이브러리(약 1억 곡)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며,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스트리밍 사기 범죄’의 규모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대규모 삭제 조치는 단순히 ‘플랫폼 청소’를 넘어섭니다. 스포티파이가 제거한 7500만 곡은 대개 AI를 이용해 대량으로 자동 생성되거나, 짧고 반복적인 형태로 만들어져 ‘봇(Bot)’을 통해 인위적으로 스트리밍 횟수를 늘려 수익을 가로채려던 저품질 음원이었습니다. 또한, 유명 아티스트의 음성을 무단으로 모방한 ‘딥페이크 음악’ 역시 주요 단속 대상이었습니다.

문제의 근원은 스트리밍 수익 구조의 허점을 AI가 악용한 데 있습니다. 보통 30초 이상 재생되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노려, AI로 수십만 곡의 의미 없는 음원을 대량 생산하고, 이를 봇으로 무한 반복 재생하여 정당한 창작자에게 돌아가야 할 수익을 편취한 것입니다. 이는 결국 청취 경험의 저해는 물론, 음악 생태계의 진정성을 훼손하고 ‘진짜’ 아티스트의 수익 기반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범죄 행위였습니다. 스포티파이의 이번 조치는 AI의 무분별한 악용에 대해 플랫폼이 단호한 경계를 긋고, 창작의 진정성을 보호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지닙니다.

1. 양날의 검: 인공지능, 창작의 보조 도구인가 대체제인가

스포티파이
출처: 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AI는 창작 활동의 ‘양날의 검’입니다.

1.1. 인공지능의 가치: 창작의 민주화와 확장

긍정적인 측면에서 AI는 창작자에게 무궁무진한 ‘보조적 도구’로서의 가치를 제공합니다. 멜로디 작곡, 목소리 합성, 디자인 스케치, 텍스트 초안 작성 등, AI는 창작의 초기 장벽을 낮추고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줍니다. 과거 전문적인 기술이나 값비싼 장비가 필요했던 영역까지 일반 사용자에게 개방함으로써 ‘창작의 민주화’를 이끌었습니다. 아마추어 작곡가도 고품질의 반주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고, 디자이너는 수십 가지 시안을 단 몇 분 만에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으로 창작의 지평을 ‘확장’하는 촉매제 역할을 합니다.

1.2. 인공지능의 문제점: 윤리, 저작권, 그리고 대체 위협

하지만 AI의 발전 속도는 기존의 법적, 윤리적 프레임을 훨씬 초월하고 있습니다.

첫째, 저작권과 공정 이용의 문제입니다. AI가 학습하는 방대한 데이터는 기존 창작자들의 저작물에서 비롯됩니다. 이 학습 데이터의 사용이 ‘공정 이용’의 범주에 속하는지, 원작자에게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입니다. AI가 기존 작품과 유사한 결과물을 생성했을 때, 저작권 침해의 책임 소재를 AI 개발자, 사용자, 혹은 AI 자체 중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에 대한 법적 합의가 미비합니다.

둘째, 창작자의 대체 및 노동 환경의 변화입니다. AI가 고품질의 결과물을 빠르게, 그리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일러스트레이터, 작곡가, 심지어 일부 작가와 같은 직업군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AI를 ‘도구’로 활용하지 못하는 창작자는 경쟁에서 밀려나고, 이는 결국 창작 생태계의 ‘격차 심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간 창작자의 고유한 가치와 존엄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됩니다.

셋째, 진정성의 훼손과 윤리적 문제입니다. 스포티파이 사례처럼 AI를 악용한 사기 행위는 물론, 딥페이크처럼 특정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행위는 창작 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합니다. 창작의 ‘진정성(Authenticity)’이 상업적 이익을 위한 기계적 복제에 희생될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2. 근본적인 해결 방안과 새로운 기회: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

AI 시대의 창작 활동을 활성화하고,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기술’과 ‘제도’, 그리고 ‘플랫폼의 역할 재정립’에서 찾아야 합니다.

2.1. 기술적 투명성과 워터마크 도입

스트리밍 사기와 딥페이크 방지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술적 투명성 확보입니다. AI로 생성된 모든 콘텐츠에는 인간이 만든 콘텐츠와 구별할 수 있는 ‘디지털 워터마크’ 또는 **’메타데이터’**를 의무적으로 삽입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플랫폼은 AI 생성 콘텐츠를 쉽게 식별하고, 사기성 트랙을 필터링하며, 청취자에게도 콘텐츠의 제작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습니다.

2.2. 저작권 패러다임의 혁신과 보상 시스템 구축

AI 학습 데이터에 사용된 원작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지급할 수 있는 새로운 저작권 및 보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AI 개발자와 플랫폼, 그리고 원작자 간의 이익 배분을 위한 공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AI가 학습 데이터에 기반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경우, 그 수익의 일부를 원작자에게 분배하는 ‘마이크로 로열티(Micro-Royalty)’ 모델을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2.3.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 재정립: 신뢰를 구축하는 신사업 영역

AI 시대에 온라인 플랫폼은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창작 생태계의 ‘신뢰 구축자(Trust Builder)’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신사업 영역을 창출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1. AI 리터러시 및 윤리 교육 플랫폼: 플랫폼이 AI 기술 활용 교육과 윤리적 창작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유료 또는 무료로 제공하여, 창작자들이 AI를 올바르고 책임감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예: ‘책임 있는 AI 창작 인증 프로그램’)
  2. ‘진정성 인증(Authenticity Verified)’ 마켓플레이스: 인간 창작자가 AI를 보조 도구로 사용하여 자신의 창의성을 극대화한 작품에 대해, 플랫폼이 엄격한 검증을 거쳐 ‘인간 창작물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프리미엄 마켓을 구축합니다. 이는 사기성 콘텐츠와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정당한 창작물에 대한 가치를 높여줄 수 있습니다.
  3. AI 협업 기반의 커뮤니티 플랫폼: AI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협업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젝트 매칭 및 공동 창작 플랫폼을 구축합니다. (예: AI 작곡가와 인간 시나리오 작가를 매칭해 새로운 미디어를 제작하는 시스템)

스포티파이의 75백만 곡 삭제는 AI의 어두운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었지만, 이는 동시에 우리가 새로운 창작 생태계를 구축할 기회임을 시사합니다. AI를 단순히 비용 절감이나 복제의 도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을 증폭시키고, 창작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혁신의 기폭제로 삼아야 합니다.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플랫폼과 창작자, 그리고 소비자가 함께 ‘진정한 창작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이 AI 시대의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될 것입니다.

slowbu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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