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 한국의 뷰티 시장은 단순한 제품 소비를 넘어 ‘경험 기반의 플랫폼 전쟁’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세 개의 플레이어 올리브영, 마켓컬리, 29CM 가 있다. 각기 다른 DNA를 가진 이들은 화장품 유통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써 내려가며, ‘다음 시대의 K-뷰티 허브’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때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가 굳건해 보였지만, 마켓컬리와 29CM는 독창적인 큐레이션, 감각적인 콘텐츠 전략, 충성도 높은 타깃 기반으로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뷰티 산업이 단순한 ‘제품’이 아닌 ‘라이프스타일’로 재정의되는 지금, 과연 이들 플랫폼은 무엇이 다르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1. 뷰티 플랫폼 전쟁의 시작: 유통이 곧 브랜딩이 된 시대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은 오랫동안 ‘제조 강국’이라는 수식어로 불려 왔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 계열 브랜드가 주도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유통 플랫폼’이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로 급변하고 있다. 이커머스, 큐레이션 커머스, 콘텐츠 플랫폼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 이 유통 채널들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신뢰의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브랜드보다 플랫폼을 먼저 선택하고, 플랫폼이 추천하는 제품을 신뢰한다. 브랜드의 힘은 더 이상 브랜드만의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만들어주는 ‘경험의 총합’으로 재구성되고 있는 것이다.
2. 올리브영: 오프라인 황제의 디지털 전환

CJ올리브영은 국내 뷰티 플랫폼 중 압도적인 매출과 점포 수를 자랑하는 유통 공룡이다. 전국 1,30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은 ‘K-뷰티의 쇼룸’ 역할을 해왔고, 자체 PB(Private Brand)와 독점 브랜드 발굴로 브랜드 경쟁력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이 오프라인 중심 구조는 팬데믹 이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요구되었고, 이에 따라 올리브영은 모바일 앱 강화, 데이터 기반 추천, 뷰티 콘텐츠 플랫폼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 강점:
- 물리적 접근성과 전국 단위의 브랜드 인지도
- 자체 브랜드 경쟁력 (예: 웨이크메이크, 바이오힐보 등)
- 입점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 구축 가능성
- 약점:
- 디지털 전환 속도의 한계
- MZ세대와의 정서적 거리감
- 뷰티 외 제품군 확장 시의 정체성 희석
올리브영이 앞으로 ‘온라인에서도 압도적 존재감’을 유지하려면, 소비자에게 단순한 유통을 넘어 콘텐츠와 커뮤니티 중심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3. 마켓컬리: 프리미엄 식탁에서 프리미엄 스킨케어로

마켓컬리는 원래 ‘신선식품 큐레이션’으로 시작했지만, 최근 뷰티 카테고리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특히 성분 중심, 프리미엄 지향, 고감도 큐레이션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 중이다.
컬리는 단순히 제품을 나열하지 않는다. 제품 하나하나에 브랜드 철학과 연구 데이터, 사용자 후기, 실사용 영상 등을 덧붙여 소비자가 **‘공감하고 납득한 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마치 한 편의 브랜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이 큐레이션은 특히 30대 이상의 고소득층 여성 고객에게 깊은 신뢰를 얻고 있다.
- 강점:
- 신뢰 기반의 성분 큐레이션
- 배송 만족도와 프리미엄 이미지
- 중소·인디 브랜드의 브랜딩 파트너 역할
- 약점:
- Z세대 타깃 부족
- 오프라인 접점 없음
- 입점 문턱이 높아 브랜드 다양성 확보가 어려움
마켓컬리가 뷰티 시장에서 진정한 영향력을 가지려면, 더 넓은 세대와의 감성적 연결과 화장품 전문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 강화가 필요하다.
4. 29CM: 감성 마케팅의 끝판왕, 뷰티를 디자인하다

29CM는 원래 패션,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감각적 커머스로 성장해왔다. ‘에디터가 고른 제품’, ‘한정 수량’, ‘무드 중심 큐레이션’ 등의 감성적 접근은 20-30대 여성층의 강한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최근 이 감성 큐레이션을 뷰티 카테고리로 확장하면서 또 하나의 시장 변화의 축이 되고 있다.
29CM의 뷰티 전략은 ‘어떤 화장품을 팔까’보다 ‘어떻게 이야기할까‘에 집중되어 있다. 콘텐츠 기반 쇼핑 경험은 제품을 넘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이로써 소비자는 ‘나만 아는 브랜드’를 발굴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 강점:
- 브랜드 콘텐츠의 미적 완성도
- 감성 중심의 타깃 마케팅
- 세련된 브랜드들과의 시너지가 뛰어남
- 약점:
- 대중적 브랜드 확보 어려움
- 검색 기반 쇼핑에는 불리
- 재구매 구조보다는 1회성 구매에 최적화됨
29CM가 진정한 뷰티 플랫폼으로 도약하려면, 감성 마케팅에 더해 제품의 신뢰성과 반복 구매 유도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5. 향후 시장 전망: ‘콘텐츠 + 커머스 + 커뮤니티’가 해답
세 플랫폼 모두 현재 한국 뷰티 커머스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강점은 분명하며, 이를 어떻게 진화시키느냐가 향후 경쟁 구도의 핵심이 될 것이다.
- 올리브영은 ‘유통 지배력’을 기반으로 온라인 경험을 확장해야 하며,
- 마켓컬리는 ‘프리미엄 신뢰’를 바탕으로 젊은 층과의 연결성을 확보해야 하며,
- 29CM는 ‘감성 큐레이션’을 넘는 실용성과 반복성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이제는 단순히 제품을 ‘잘 파는 플랫폼’이 아닌, 소비자가 브랜드를 발견하고 애착을 갖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이 생태계는 콘텐츠, 커머스, 커뮤니티가 하나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플랫폼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
6. 다음 K-뷰티 허브는 누가 될까?
2025년의 뷰티 시장은 단순한 매출 경쟁이 아닌, **브랜드와 소비자가 맺는 ‘관계의 깊이’**를 판가름하는 무대다. 올리브영, 마켓컬리, 29CM. 이들 세 플랫폼은 각기 다른 언어로 뷰티를 말하지만, 모두 ‘새로운 브랜드가 성장하는 무대’가 되기를 원한다.
플랫폼이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브랜드가 다시 플랫폼의 신뢰를 강화하는 순환 구조—바로 이 ‘플랫폼-브랜드-소비자’ 삼각구도의 중심에 누가 설 것인가. 그것이 곧 한국 뷰티 산업의 다음 10년을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이다.
주요 단락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