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해외 윤활유 브랜드의 한국 OEM 전략과 한국 정유산업의 발전

1960년대 중반 이래, 한국 정유산업은 석유화학 기반의 중화학 공업 발전, 무역 자유화,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등으로 한국을 아시아 최대의 정유·윤활유 허브 중 하나로 성장 시켰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및 윤활유 브랜드들이 한국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생산을 전략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국 정유산업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원가 절감을 넘어서, 한국 정유사의 기술력과 품질, 그리고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한 공급망의 유연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한국 정유산업의 발전과 이를 기반으로 한 해외 윤활유 브랜드의 OEM 생산 현황, 그리고 그 미래적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다.

한국 정유산업의 고도화: 기술력과 품질의 결실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복잡도가 높은 정유 공정 역량을 보유한 국가 중 하나다. 정유공장의 정제 복잡도(Refining Complexity Index)는 단순히 원유를 정제하는 수준을 넘어, 다양한 고급 제품군—예를 들어 고성능 윤활유, 프리미엄 엔진오일, 산업용 특수 오일 등—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정유사는 초저유황 디젤, 그룹 III 베이스오일(고급 윤활유 원료) 및 다양한 자동차 관리용 오일을 대규모로 생산하고 있으며, 이들 제품은 API, ACEA, ILSAC 등의 국제 인증을 통해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특히 SK루브리컨츠의 ‘유베이스(Yubase)’는 고품질 그룹 III 베이스오일의 대명사로, 세계 여러 윤활유 브랜드가 이 제품을 OEM 베이스로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윤활유 브랜드의 한국 OEM 생산 확대

한국 OEM 글로벌 브랜드

국내 정유사의 높은 기술력은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에서 OEM 생산을 선택하게 만든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예컨대, 미국의 엑손모빌(ExxonMobil), 프랑스의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 일본의 이데미츠(Idemitsu), 독일의 리퀴몰리(Liqui Moly) 및 셰프란(Chevron) 계열 제품 등이 한국 OEM 생산 라인을 통해 아시아 및 중동 시장으로 수출되고 있다.

이러한 OEM 구조는 단순히 한국 정유사가 생산을 맡는 하도급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 공유, 품질 인증, 공동 R&D, 브랜드별 포뮬러 개발 등 다층적인 파트너십을 수반하는 고도화된 협업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SK ZIC, GS Caltex Kixx, S-Oil XTeer 등의 제품은 다국적 브랜드의 기술 기준을 충족하거나 이를 상회하는 품질로 평가되며, 일부는 ‘자사 브랜드로 유통되는 글로벌 브랜드의 프리미엄급 제품’이라는 인식을 얻고 있다.

해외 자동차 제조사의 연결성: 한국 윤활유 산업의 기회

특히 주목할 점은, 현대차·기아차 외에도 BMW, 벤츠, 폭스바겐, 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정유사의 윤활유 기술력을 활용해 ‘현지화된’ 프리미엄 오일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모비스(MOBIS)는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애프터마켓용 윤활유 제품을 한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중동·러시아·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활발히 수출된다.

이러한 생산 구조는 단순한 OEM을 넘어, 자동차 제조사와의 애프터서비스(A/S) 및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는 전략적 수단으로도 기능한다. 특히 차량 유지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전동화 시대, 차량에 최적화된 오일 및 윤활 솔루션 제공은 브랜드 신뢰도 향상의 핵심이 되고 있다.

미래 전망: 친환경 윤활유, 전동화 대응, 그리고 플랫폼화

윤활유 산업은 현재 큰 전환점에 놓여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내연기관 기반 윤활유 시장은 장기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배터리 냉각용 열전도유, 전기모터용 절연 오일, EV 전용 감속기 오일 등 새로운 수요군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 정유사는 이러한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EV 전용 윤활유 제품군을 상용화하고 있다.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강화에 따라, 생분해성 윤활유, 탄소저감형 윤활유 등의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향후 ‘그린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새로운 수익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도 윤활유 산업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QR 기반 오일 이력 추적, 앱을 통한 교체 주기 알림, AI 기반 점도 및 성능 추천 등의 기능이 탑재된 윤활유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단순 제품을 넘은 ‘자동차 관리 솔루션’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은 이제 윤활유 산업의 ‘생산지’가 아닌 ‘기준점’이다

한국 정유산업은 이제 단순한 제품 생산지가 아니다. 기술력, 품질 관리, 환경 기준, 유연한 OEM 시스템을 바탕으로 글로벌 윤활유 및 자동차 유지관리 시장의 품질 기준이 되는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해외 자동차 제조사와의 협력은 더욱 고도화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필수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과제는 ‘기술 선도’에서 ‘지속가능한 선도’로의 전환이다. 친환경, 디지털화, 전동화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한국 윤활유 산업이 어떻게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인지가 미래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한국은 단순한 OEM 생산지를 넘어, 전 세계 자동차 관리 산업의 심장부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slowbu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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