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급변하는 인구 구조와 글로벌 교류의 확대로 인해 혼인의 지형 역시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국제결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닌, 우리 사회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 국제결혼의 현황을 짚어보고, 증가 배경 및 과거와의 차이점, 그리고 국제결혼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 변화를 심도 있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국제결혼의 현황: 주요 배우자 국적과 이혼율

통계청 자료를 비롯한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한국인의 국제결혼은 특정 국가 출신 배우자들과의 혼인 비중이 높게 나타납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결혼한 국가
- 외국인 아내의 경우: 베트남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 태국, 필리핀 등의 순으로 뒤를 잇습니다. 특히 베트남 여성과의 혼인은 2015년부터 중국을 제치고 매년 1위를 기록하며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 외국인 남편의 경우: 미국, 중국, 베트남 등의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 그리고 한국 여성과 베트남 남성 간의 혼인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한국 여성의 국제재혼 신랑감 1위로 베트남 남성이 꼽히기도 했는데, 이는 통계상 외국 국적 취득 후 재혼한 베트남 남성이 포함된 영향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국적별 순위는 한국 사회의 경제적 역동성, 국제 교류의 활발함, 그리고 역사·지리적 근접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국제결혼의 이혼율
국제결혼의 조이혼율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을 일반적인 혼인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배우자의 국적별로 이혼율에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1년 기준 외국인 아내의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는 필리핀(9.6건), 중국(3.8건), 캄보디아 등의 순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절대적인 이혼 건수는 체류 인구가 많은 중국이 가장 많습니다.
일부 국가 출신 배우자의 경우, 혼인 건수 대비 이혼 건수의 비중이 80%를 넘어서는 등 높은 수치를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한국 국적 취득 등 복잡한 배경과 얽혀 분석되어야 할 문제로 지적됩니다. 또한, 한국 남성-베트남 여성 혼인의 경우, 일반 혼인의 이혼율(약 50.4%)과 비교하여 베트남 여성과의 혼인 이혼율(약 48.87%)이 낮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2019-2022년 기준). 이는 국제결혼 이혼율을 단일하게 해석하기 어렵고,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과 정책적 지원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 국제결혼 증가의 원인: 사회·경제적 변화의 반영

한국에서 국제결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을 넘어,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1) 심화되는 성비 불균형과 혼인 적령기 인구 감소
1980년대 이후 남아 선호 사상으로 인한 성비 불균형 세대가 혼인 적령기에 접어들면서, 특히 농어촌 및 도시 저소득층 남성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배우자를 찾기 어려운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해외에서 배우자를 찾는 수요가 꾸준히 발생했습니다.
2) 여성의 결혼관 변화 및 비혼·만혼 확산
한국 여성들의 교육 수준 향상과 경제 활동 참여 증가, 개인주의적 가치관 확산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결혼관이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비혼이 증가하고 결혼 연령이 늦춰지는 만혼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국내 혼인 건수 자체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일부 남성들은 이러한 국내 결혼 환경 변화에 대한 대안으로 외국인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향도 보입니다.
3) 글로벌 교류 확대와 경제적 격차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유학, 해외 취업, 출장 등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연애 및 만남의 기회가 증가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경제력 상승은 상대적으로 개발도상국 출신 배우자들에게는 경제적 안정성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4) 한국 문화(한류)의 확산
K-Pop, K-드라마 등 한류의 전 세계적인 인기는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 한국인 배우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특히 일본 여성 등 주변국과의 혼인 증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국제결혼의 ‘이전’과 ‘현재’: 거래에서 대등한 파트너십으로

한국의 국제결혼은 그 배경과 형태에서 큰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과거’의 국제결혼과 ‘최근’의 국제결혼을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점은 ‘결혼의 동기’와 ‘결혼 과정’의 변화입니다.
1) 과거의 국제결혼: 중매·거래적 성격
2000년대 초중반까지 급증했던 국제결혼은 주로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한 ‘중매형’ 결혼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이는 주로 농어촌 남성들의 배우자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측면이 강했으며, 경제적 격차를 기반으로 한 거래적 성격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교류 없이 이루어진 만남으로 인해 부부 갈등과 인권 침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2) 최근의 국제결혼: 연애·대등한 파트너십으로 전환
2020년대 이후 국제결혼은 점차 ‘매매혼’의 성격이 옅어지고 ‘연애형’ 결혼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유학, 직장, 이민, 온라인 만남 등 자연스러운 교류를 통해 만난 커플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결혼은 개인과 개인 간의 대등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여성과 서구권 혹은 일본 남성 간의 결혼 증가, 그리고 앞서 언급된 한국 여성과 베트남 남성 간의 재혼 증가는 이러한 수평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국제결혼 확산을 방증합니다. 이는 한국 사회의 글로벌화와 개방적인 인식의 확산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국제결혼 및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 변화: 다문화 수용성 제고를 위한 과제
국제결혼의 증가는 한국 사회를 단일 민족 사회에서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이행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제결혼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 역시 변화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1) 긍정적 인식의 확산과 다문화 수용성의 명암
일반 국민의 다문화 수용성은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며, 국제결혼이 사회의 한 현상으로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특히 학력이 높거나 기혼자인 경우, 결혼이민자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 인식 측면의 긍정적인 변화와 달리, 실질적인 통합 측면에서의 수용성은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2) 여전히 존재하는 편견과 차별
단일 민족 의식이 강했던 한국 사회에서 외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편견과 차별에 직면하는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2018년 조사에서 결혼이민자와 귀화자의 약 30%가 한국 생활 중 외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은, 우리 사회의 다문화 수용성이 아직은 중간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초기 국제결혼의 주류를 이루었던 개발도상국 출신 여성들은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뿐만 아니라 가정 내 폭력 및 경제적 어려움에 취약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에 대한 ‘피해자’ 혹은 ‘경제적 의존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3) 다문화 가족 자녀의 정체성 및 사회 적응 문제
다문화 가정의 자녀, 즉 ‘다문화 2세대’의 증가 또한 중요한 사회적 이슈입니다. 이들은 부모의 문화적 배경 차이로 인해 정체성 혼란을 겪거나, 학교 및 사회에서 차별을 경험하여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문화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4) 동화주의적 관점 극복의 필요성
여전히 많은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다문화 가정을 ‘한국 사회에 동화되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동화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이주민들의 모국 문화와 언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다문화주의적 관점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외국인 근로자나 국제결혼 이주자 등을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됩니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성숙한 사회로
한국의 국제결혼은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글로벌화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의 결과입니다. 과거 경제적 격차를 기반으로 한 중매형 결혼에서, 이제는 대등한 관계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연애형 결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국제결혼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편견과 차별의 벽은 높습니다.
한국 사회는 국제결혼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족 형태와 문화를 ‘결핍’이나 ‘문제’가 아닌, ‘다양성’과 ‘성장 동력’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이 언어, 문화적 장벽 없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일반 국민들의 다문화 감수성을 높이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이는 한국 사회가 단일 민족의 울타리를 넘어 다문화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성숙한 사회로 발전하는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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