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의 외침과 멀티 레이블의 그늘

이제는 주류 언론에서 사라진 키워드가 되었지만 K-POP 영역에서 뉴진스 논란은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어찌된 영문이지 뉴진스(혹은 NJZ)를 옹호하는 컨텐츠는 사라지고 비판적인 쇼츠만 SNS 상에서 난무하고 있습니다. 최근 법원이 민희진 대표가 제기한 뉴진스의 독자 활동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하이브와 어도어 간의 갈등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이 아닌, K-POP 산업 구조와 창의성, 자본 권력의 충돌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 역시 뉴진스의 팬으로서, 이 사태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K-POP이 걸어온 길, 그리고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갈등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보고자 합니다.
K-POP, 어떻게 세계의 중심이 되었나
아이돌 중심의 K-POP은 이제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글로벌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K-POP이 처음부터 주류였던 것은 아닙니다. 서태지가 처음 방송에 등장했을 때, 기존 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던 사례처럼, 모든 문화는 비주류에서 출발합니다.
K-POP이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지게 된 데에는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의 진화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사진 중심에서 동영상 중심으로 바뀐 콘텐츠 환경, 그리고 YouTube, Instagram, X(Twitter) 등 SNS의 폭발적 성장 덕분에, 한국 아이돌은 전세계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문화적 장벽을 허물 수 있었습니다.
팬데믹이 만든 초국가적 팬덤

예상치 못한 팬데믹은 K-POP에 또 다른 기회를 주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온라인 콘텐츠 소비에 할애했고, K-POP의 시각적·서사적 매력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이후 대형 월드투어와 오프라인 팬미팅이 재개되면서, K-POP은 단순한 음악을 넘어 정서적 유대감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문화적 연결을 기반으로 한 팬덤 경제의 확장이기도 합니다.
시스템과 자본, 그리고 멀티 레이블
K-POP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한국 정부와 기업의 전략적 지원, 그리고 철저한 산업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특히 하이브의 경우, “멀티 레이블”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통해 각 레이블의 개성과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밝혀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뉴진스 사태를 보면, 과연 그 자율성은 실질적인 것이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어도어는 독립적인 회사처럼 운영되었지만, 결국 하이브의 자본 권력 아래 놓여 있었고,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을 때 그 구조적 긴장이 터져 나온 셈입니다.
뉴진스 논란, 법원의 결정, 그리고 언더독에 대한 지지
법원은 민희진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뉴진스는 독자 활동을 제약 없이 계속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번 판결은 또 다른 차원에서 자본과 구조의 편을 들어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언더독(Underdog)을 지지합니다. 언더독은 스포츠나 비즈니스,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약자지만 도전하는 자를 의미합니다. 복잡한 지분 구조를 몰라도, 80:20의 지분 비율만 봐도 누가 약자인지는 명확합니다. 이 갈등이 단순히 민희진 대표 개인의 욕심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자율성과 창의성, 다양성을 지키고자 하는 하위 레이블의 구조적 도전이기도 합니다.
K-POP의 ‘다름’은 다양한 음악 스타일, 춤, 패션, 비주얼,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서사를 통해 전세계에 전달 되었던 것 처럼 K-POP 산업에서도 다름은 인정받고 존중되어야 합니다. 한국의 특징적인 문화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개개인이 트랜드의 영향력에 취약한 면이 있습니다. 이는 조직의 방향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문화가 되 버리고,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는 현상을 만들어 냅니다. 다시 한번 K-POP 출발점이 ‘다름’ 이였다는 점을 직시 할 필요가 있습니다.
멀티 레이블은 완벽한 해답이 될 수 있을까?

하이브는 이번 사태에 대해 “멀티 레이블 운영 과정의 시행착오”라며, “보완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입장은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멀티 레이블의 정체성과 진정성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는 단순한 ‘위기관리용 발언’에 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화는 본질적으로 창의성과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발전합니다. 그러나 산업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고, 자본은 언제나 예측 가능한 안정성을 더 선호합니다. 이 구조적 역설 속에서, 진정한 창의성과 다양성이 살아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건강한 충돌, 성숙한 시스템을 위하여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팀의 진로 문제를 넘어, K-POP 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와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자율성과 통제, 창의성과 자본, 다양성과 안정성 사이의 균형은 단순한 경영 이슈가 아닙니다.
나는 뉴진스의 미래가 걱정되지만, 동시에 이런 언더독의 도전이 K-POP 산업에 성찰의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언더독이 이기길 바라는 이유는 단지 감정적인 응원이 아니라, 그 도전이 시스템을 더 성숙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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