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미야오(MEOVV) – 1st EP 새로운 듯 익숙한 데자뷔

2024년 9월,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걸그룹 미야오(MEOVV)는 데뷔와 동시에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My Eyes Open VVide’라는 독특한 팀명처럼, 다섯 멤버(수인, 가원, 안나, 나린, 엘라)는 저마다의 매력과 뛰어난 실력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블랙핑크의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킨 명 프로듀서 테디가 수장으로 있는 YG 산하 레이블 The Black Label에서 야심 차게 선보이는 걸그룹이라는 점에서 데뷔 전부터 기대감이 높았다.

실제로 미야오는 데뷔곡 “Meow”를 통해 세련되고 트렌디한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2025년 5월 발표한 첫 번째 EP ‘MY EYES OPEN VVIDE’와 더블 타이틀곡 “HANDS UP”과 “DROP TOP” 역시 음원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음악 방송 1위까지 차지하며 대세 걸그룹으로서의 입지를 빠르게 다져나가고 있다.

미야오
출처: ‘HANDS UP’ M/V

그러나 이러한 성공적인 행보 속에서도, 일각에서는 미야오에게서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존재한다. 분명 새로운 얼굴과 신선한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감상의 영역을 넘어, 현재 K-Pop 시장이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는 지점일 수 있다.

미야오에게서 느껴지는 데자뷔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K-Pop 산업의 작동 방식과 그 안에서 프로듀서의 역할, 그리고 대중음악의 보편적인 속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K-Pop 산업의 성공 방정식과 답습의 딜레마

출처: 팬 커뮤니티

K-Pop 산업은 철저하게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오랜 기간 축적된 데이터와 분석을 바탕으로, 대중의 선호도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음악과 콘셉트를 기획하는 데 집중한다. 특정 그룹이 압도적인 성공을 거두면, 유사한 콘셉트나 음악 스타일을 가진 그룹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는 곧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단기간에 대중적인 인기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야오의 경우, 소속사 The Black Label의 수장인 테디의 존재는 이러한 ‘성공 방정식’의 강력한 한 축을 이룬다. 그는 블랙핑크를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려놓은 핵심 인물로서, 그의 프로듀싱 능력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매우 높다. 따라서 미야오의 음악과 콘셉트 역시 블랙핑크의 성공 요인을 상당 부분 반영할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다. 실제로 미야오의 음악에서는 테디 특유의 중독성 있는 후렴구, 힙합 기반의 강렬한 비트, 세련된 사운드 디자인 등이 감지된다. 이는 미야오에게 데뷔 초부터 안정적인 팬덤을 확보하고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익숙함은 새로운 그룹만의 독창적인 매력을 희석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마치 잘 만들어진 프랜차이즈 영화의 속편을 보는 듯한 안정감은 주지만, 새로운 감동이나 신선함은 덜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K-Pop 시장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도, 이러한 ‘성공 공식 답습’ 현상은 다양성을 저해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거장의 그림자, 프로듀서의 영향력과 한계

출처: 팬 커뮤니티

테디라는 걸출한 프로듀서는 미야오에게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음악적 완성도를 보장해주는 동시에, 일종의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한다. 그의 확고한 음악 스타일은 미야오의 음악적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미야오만의 독자적인 색깔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물론, 숙련된 프로듀서는 그룹의 콘셉트와 멤버들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조화롭게 녹여내는 능력을 발휘한다. 테디 역시 미야오 멤버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팀의 콘셉트에 맞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그의 스타일은, 때로는 미야오의 음악을 ‘블랙핑크의 또 다른 버전’처럼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단순히 특정 프로듀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K-Pop 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스타 프로듀서의 이름값은 그룹의 초기 인지도 확보에 매우 효과적이지만, 동시에 그룹 자체의 고유한 색깔을 가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룹이 진정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서는, 프로듀서의 유명세에 기대기보다는 멤버들의 매력과 팀만의 독창적인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대중음악의 숙명, ‘따라 하기’와 진화의 경계

어떤 장르의 대중음악이든, 특정 스타일이 큰 인기를 얻게 되면 유사한 스타일이 뒤따르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는 모방을 통해 성공 요인을 학습하고, 대중의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가미하려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K-Pop 역시 이러한 대중음악의 보편적인 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걸그룹 시장에서는 특정 콘셉트나 음악 스타일이 유행처럼 번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걸크러쉬, 틴크러쉬, 이지리스닝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선호되는 스타일이 변화하고, 새로운 그룹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자신들만의 차별점을 강조하려 노력한다.

미야오 역시 현재 K-Pop 시장에서 선호되는 트렌디한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련된 비트와 퍼포먼스, 멤버들의 비주얼 등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다른 인기 걸그룹들에게서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이는 미야오만의 문제가 아니라, K-Pop이라는 장르 자체가 공유하는 특징이자,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숙명이기도 하다.

결국, 미야오가 ‘새로운 듯 익숙한’ 느낌을 주는 것은, 뛰어난 프로듀서의 영향력, K-Pop 시장의 성공 방정식, 그리고 대중음악의 보편적인 ‘따라 하기’ 경향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익숙함을 넘어선 독창적인 빛을 향하여

미야오는 분명 잠재력이 있는 매력적인 걸그룹이다. 뛰어난 실력과 트렌디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이루었으며,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시감은 K-Pop 산업 전체가 고민해야 할 지점을 시사한다.

단순히 성공한 스타일을 답습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하면 새로운 시도와 혁신을 통해 K-Pop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각 그룹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을까? 미야오 역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 속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테디라는 거장의 그늘 아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멤버들의 개성과 팀의 색깔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는 음악과 콘셉트를 통해, 미야오는 ‘익숙함’이라는 틀을 깨고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미야오가 보여줄 새로운 시도와 음악적 성장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slowbu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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