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핑크 제니 코첼라 2025 무대가 또 한 번 전 세계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무대 위에서의 제니는 단순히 아이돌 그 이상이었다. 패션, 퍼포먼스, 존재감까지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져 ‘글로벌 스타’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제니 코첼라 무대 영상은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고, 팬들 사이에서는 ‘역대급 무대’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블랙핑크의 또 다른 멤버인 리사 역시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KPOP 팬으로서 이들의 활약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지점도 있다. 과연 지금의 제니와 리사를 ‘KPOP 아티스트’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KPOP이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어디로 갈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
KPOP의 세대 구분과 진화
이 질문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몇 년 전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과 JYP의 박진영 프로듀서는 KPOP의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들은 KPOP을 ‘세대별’로 구분하며 그 진화를 설명했다.
1세대 KPOP은 전원 한국인으로 구성된 아이돌이 주축이었다. H.O.T., 젝스키스, S.E.S 같은 팀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한국적인 정서와 음악을 담아냈다.
2세대에는 다국적 멤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인을 중심으로 하되 일본, 대만, 중국 등 다른 국적의 멤버들이 팀에 합류하면서 글로벌 전략이 본격화되었다. 소녀시대, 원더걸스, 2NE1, 레드벨벳,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이 이 시기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KPOP이라는 브랜드를 해외에 널리 알렸고, 전 세계에 팬덤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3세대부터는 판이 달라진다. 아예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그룹이 등장했고, 오디션부터 트레이닝, 데뷔까지 모든 과정을 전통적인 KPOP 시스템 안에서 소화하면서도 활동 무대는 한국이 아닌 해외를 중심으로 설정했다. 대표적으로 JYP의 ‘니쥬(NiziU)’와 하이브의 ‘&TEAM’ 등이 있다. 4세대에 이르러서는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멤버들이 한 팀을 이루는 형태가 당연시되고 있으며, 하이브의 ‘KATSEYE’, JYP의 ‘비춰(VCHA)’ 등이 그 예다.
KPOP의 정체성, 어디까지가 ‘K’인가?

이쯤 되면 질문이 생긴다. 다국적 멤버들이 전 세계에서 활동하며, 글로벌 작곡가와 프로듀서가 만든 음악을 한국 시스템을 통해 발표하는 것이 과연 KPOP인가? KPOP은 단순히 ‘한국에서 만들어진 팝’이 아닌, ‘한국적인 시스템과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음악과 문화’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지금의 KPOP은 그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 작곡가가 만든 곡을 미국의 세션 뮤지션이 편곡하고, 다양한 국적의 연주자들이 참여해 완성된 음악에 다국적 멤버들이 가창한다면, 이 음악을 ‘KPOP’이라 부를 수 있을까? 여기에 더해 무대와 콘텐츠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제작된다면, 이는 오히려 글로벌 팝(Global Pop)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이러한 질문은 KPOP의 정체성과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으로 이어진다. KPOP이라는 용어에 포함된 ‘K’, 즉 ‘Korea’의 의미는 어디까지 유효한가? 단순히 기획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KPOP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한국 시장의 의미와 ‘K’의 기준
KPOP의 출발점은 언제나 한국이었다. 한국 팬들에게 먼저 인정을 받고, 국내 활동을 통해 입지를 다진 후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다시 말해, 한국 시장에서의 인지도와 팬덤 형성이 KPOP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3세대 이후의 KPOP 아티스트들은 한국 내 인지도가 거의 없다. 그들의 주된 무대는 일본, 미국, 유럽 등 해외이며, 한국 활동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기도 한다. 그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많은 팬들과 소통하길 원하고, 한국 시장의 의미를 점점 축소한다면, 굳이 ‘K’를 붙일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
물론 시장 논리로 보면 이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한국 가요 시장은 상대적으로 작고, 수익의 규모도 한계가 있다.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전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고, 이 점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끊임없이 확장과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
KPOP인가, 글로벌 POP인가 – 제니 코첼라 2025 무대를 보며

블랙핑크에서 독립적인 활동을 시작한 제니, 리사, 로제의 행보도 이러한 흐름 속에 있다. 이들은 명백히 ‘KPOP 출신’이지만, 그들의 현재 활동은 점점 영미권 주류 팝 시장을 지향하고 있다. 제니의 보컬과 비주얼, 스타일은 미국 팝스타와 유사한 이미지를 지향하며, 리사와 로제도 각자의 영역에서 글로벌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히 ‘글로벌 팝’에 녹아든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KPOP의 틀 안에서 성장해왔기에 여전히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모습은 오히려 어딘가 어정쩡해 보이기도 한다. 영미 팝과 KPOP 사이에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KPOP, 정의할 수 없는 시대의 음악
결국 우리는 KPOP을 하나의 정의로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음악의 장르와 문화가 국경을 초월하는 지금, KPOP도 더 이상 하나의 틀로 묶을 수 없는 유연한 개념이 되었다. 그러니 ‘KPOP인가 아닌가’의 이분법적 구분보다는, 그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바람은 남는다. 아무리 글로벌하게 성장하더라도, 그 뿌리가 ‘한국’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KPOP이라는 이름 아래 세계 무대에 선 그들이, 처음 그 출발점에 있었던 한국 팬들과 문화의 의미를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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