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락실3 – 포맷, 출연진 그리고 반전

뿅뿅 지구오락실 시즌3‘(이하 ‘지락실3’)이 돌아왔다.
시즌 1의 신선한 충격, 시즌 2의 안정적 확장을 거쳐, 이번 시즌은 어느덧 ‘믿고 보는 예능’ 반열에 올랐다.
1회만 방영되었음에도, 프로그램은 다시 한번 나영석 PD 특유의 연출 감각과 출연진 조합의 완성도를 증명했다.

지락실3
출처: tvN

포맷과 캐스팅이 전부라는 말이 있다. ‘지락실’은 이 말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능이다.
시즌1부터 주지훈, 김태호 PD와 같은 연출력을 지닌 이들이 내세웠던 ‘신선한 콘셉트 + 반전 매력 출연진’ 조합을 정석적으로 이어받았다.
신선한 세계관(몬스터를 잡는 소녀들)과 기존 예능과 다른 세대감각(게임, 리액션 중심의 빠른 전개)이 만났고,
여기에 이은지, 이영지, 안유진, 미미라는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매력을 폭발시키며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특히 시즌3에 이르러서는 출연진들의 호흡이 더욱 자연스럽고 농밀해졌다.
‘이미 친해진 사람들’ 특유의 텐션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들은 인위적 연출 없이도 웃음을 유발한다.
나영석 PD는 그 흐름을 건드리지 않는다. 단지 작은 트리거(즉흥 게임, 예상 못한 미션)를 던져줄 뿐,
나머지는 출연진 스스로 만들어낸다. 이 미세한 조율이 지락실만의 유니크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지락실’의 성공을 단순한 운이나 출연진 덕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 프로그램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한국 예능의 ‘복제 포맷 시대’ 한가운데서도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제의 시대, 차별화가 사라진 예능

출처: tvN

한국 예능 시장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OTT(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와 유튜브가 본격적으로 판을 흔들면서, 방송사는 더 많은 프로그램을 더 빠른 속도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그러나 문제는, 제작비는 제한적이고, 실패에 대한 리스크는 높아졌다는 점이다.
새로운 포맷을 시도하는 건 엄청난 모험이다.
‘신박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 드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실패하면 바로 퇴출당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제작진은 안전한 길을 택한다.
검증된 포맷 — 리얼 버라이어티, 여행 예능, 관찰 예능, 힐링 먹방 등을 조금씩 비틀어 반복한다.
누군가 성공한 콘셉트가 등장하면, 비슷한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따라 나온다.
제작비는 낮추고, 리스크는 줄이며, 그럭저럭 중간 정도의 성적을 목표로 삼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락실’ 같은 프로그램이 가진 의미는 남다르다.

‘지락실’은 기본적으로 ‘게임’이라는 낯선 요소를 메인으로 삼는다.
또한 출연진 구성도 아이돌, 래퍼, 개그우먼이라는 이질적 조합을 과감하게 묶었다.
기획 의도만 보면, 안정성과는 거리가 먼 포맷이다.
하지만 이 실험을 성공시키기 위해 제작진은 치밀한 사전 준비, 출연진 캐스팅, 촬영 편집, 연출 모든 면에서 절묘한 밸런스를 잡았다.
이런 치밀함이 없었다면, 지락실은 ‘엉성한 여성 버라이어티’ 이상의 결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제작비와 실험, 그리고 생존의 고민

한국 예능 제작 현실을 보면, ‘지락실’ 같은 실험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예능 제작비는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해외 촬영이나 복잡한 세트 구성을 포함한 프로그램의 경우, 회당 제작비가 1~2억 원 이상 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플랫폼은 콘텐츠를 원하지만, 모든 제작비를 감당해주지는 않는다.

여기에 광고 시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TV 광고는 줄어들고, 디지털 광고는 ‘조회수 기반 성과’를 요구한다.
결국 방송사나 제작사 입장에서는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예능을 기획할 여력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성공 확률도 문제다.
새로운 포맷을 시도하면 10번 중 1~2번 정도만 성공할 뿐이다.
그마저도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니, 다듬고 키울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런 환경에서는 당연히 “비슷하지만 안전한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지락실3가 보여주는 작은 가능성

출처: tvN

이런 냉정한 현실 속에서도 ‘지락실’은, 그리고 특히 ‘지락실3’는, 작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험적인 포맷도, 진심을 담은 연출과 출연진의 진짜 매력만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출연진과 프로그램이 서로 신뢰를 쌓아갈 때,
단발성 히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지락실’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출연진이 점점 더 프로그램을 ‘자신의 놀이터’처럼 대한다.
이는 단순한 캐릭터 소비를 넘어서, 관계와 서사를 만들어낸다.
팬들은 단지 웃음을 넘어서, 이들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응원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요즘 예능이 잃어버린, 그러나 가장 강력한 힘이다.

‘지락실3’는 또한 예능 포맷의 경계를 부드럽게 넘어선다.
게임, 리얼리티, 콩트, 여행, 미션 —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자유롭게 섞으면서도, 중심에는 늘 출연진의 관계성과 순간순간의 생생한 감정이 있다.
이 느슨하면서도 치밀한 짜임이 지락실만의 독보적 매력을 만든다.

한국 예능이 가야 할 길

‘지락실3’를 보며 다시 생각한다.
한국 예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창의력과 기술력을 갖고 있다.
다만, 진짜 창의성은 복제와 변형 속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실패를 감수하고, 출연진과 제작진이 함께 믿고 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많이 필요하다.

‘지락실3’이 보여준 것처럼, 관객은 결국 진심을 알아본다.
웃기려고 애쓰지 않아도,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진짜 웃음이 가장 오래 기억된다.
그리고 그런 진심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뿅뿅 지구 오락실’은 한때 번쩍이는 신예였지만, 이제는 하나의 탄탄한 브랜드가 되었다.
그리고 이 작은 기적은, 지루함에 빠진 한국 예능 시장이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작은 불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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