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K-pop 역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소녀시대의 등장은 단순한 아이돌 데뷔 그 이상이었다. ‘여성 아이돌 정체성’을 대중에게 각인시켰고, “국민 걸그룹”이라는 타이틀로 한 시대를 장악했다. 2025년, SM 엔터테인먼트가 ‘하츠투하츠(HART2HEART)’라는 새로운 소녀 그룹을 출격시키며 다시 한 번 세대 교체의 신호탄을 쏘았다. 이 팀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이들이 새로운 소녀시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불러온다.
단순히 기획사만 같다는 이유가 아니라, 하츠투하츠가 지닌 전략, 구성, 콘텐츠 퀄리티와 글로벌 지향성이 과거의 소녀시대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하츠투하츠의 기획력, 다시 SM 스타일의 본질로

소녀시대 이후 SM은 fx, 레드벨벳, 에스파 등 실험적인 걸그룹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왔다. 특히 에스파는 AI와 버추얼을 결합한 콘셉트로 “4차산업형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냈지만, 일부 팬층에선 “SM의 감성”보다는 기술 기반의 서사에 지나치게 치우쳤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하츠투하츠는 전통적인 SM의 감성, 즉 ‘보컬 중심의 퍼포먼스 아이돌’로 회귀한 듯한 느낌을 준다.
- 멤버 전원이 고른 실력을 지녔고,
- 팀 내 보컬 분포가 조화롭고,
- 비주얼, 음색, 춤, 캐릭터가 각기 분명히 나뉘며
- 무엇보다 ‘소녀시대 2.0’을 연상케 하는 친숙하고 정서적인 아우라가 있다.
하츠투하트의 데뷔곡은 감각적인 팝이면서도 서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고, 뮤직비디오나 무대에서도 다채로운 컬러와 감정선이 살아 있다. 이는 단순히 ‘힙함’을 쫓는 것이 아니라, 대중성과 감성의 중간지점을 노리는 SM 특유의 방향성을 반영한다.
‘하츠투하츠’의 진짜 전략 – 글로벌 아젠다

이 그룹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콘셉트나 음악성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인도네시아 출신 멤버 카르멘(Karmen)’이라는 대형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카르멘은 단순한 ‘외국인 멤버’가 아니다.
- 인도네시아에서 모델 및 배우 활동 경험이 있는 전천후 아티스트이고,
- 다국어가 가능하며(인니어, 영어, 한국어),
- 글로벌 Z세대 문법에 맞는 댄스 실력과 소셜 감각까지 갖춘 멀티 플레이어다.
카르멘의 데뷔가 “메이저리그 데뷔와 같다”는 비유가 나오는 이유는 두 가지 층위로 나뉜다.
- 시장적 가치: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며, K-pop 최대 성장 시장 중 하나다. 이 거대한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SM의 전략은 ‘카르멘’이라는 존재를 통해 K-pop의 중심이 더 이상 서울이나 도쿄, LA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선언한다. - 심리적 충격과 기대감:
카르멘의 존재는 기존의 K-pop 팬들에게 ‘경기장이 바뀌었다’는 실감을 준다. 마치 동남아 선수가 메이저리그 첫 등판을 치르듯, 그녀는 K-pop 안에서도 새로운 문법을 연다. 이는 K-pop의 글로벌화가 단순히 ‘콘텐츠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인재를 수입하여 중심을 확장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다.
K-pop의 판을 흔드는 ‘첫 출전’의 상징성
‘메이저리그 데뷔’라는 표현이 함축하는 감정은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다. 그것은 그 나라의 문화, 산업, 꿈을 대표해서 경기장에 들어선 개인의 어깨 위 무게감을 뜻한다.
카르멘은 단지 ‘인도네시아인 K-pop 멤버’가 아니라,
- K-pop이 다인종, 다국적, 다문화로 확장되는 흐름의 대표자이고
-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포지셔닝’ 전략이다.
이런 구도는 SM의 내공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츠투하트가 카르멘을 중심 멤버로 배치하며, 뮤비, 무대, 인터뷰에서 적극적으로 전면에 세우는 것은 단순한 ‘다양성’이 아니라 ‘포스트-글로벌 K-pop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선언이다.
SM은 왜 다시 소녀시대 같은 그룹을 만들고 싶어했을까?

지금 K-pop 걸그룹 시장은 하이브의 뉴진스를 필두로, 미니멀하고 컨셉추얼한 그룹들이 대세다. 반면, SM은 하츠투하트를 통해 다시 ‘명확한 서사’와 ‘보편적 감성’, 그리고 ‘퍼포먼스 중심의 구조’를 밀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의도를 동시에 갖는다:
- 첫째, 감성 중심의 글로벌 대중성 회복.
과거 소녀시대가 한류 1세대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비주얼이나 춤이 아니라, 감성 전달력 있는 콘텐츠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하츠투하트 역시 감정선이 살아 있는 무대와 가사, 그리고 친근한 팀워크를 통해 이 ‘감성력’을 되살리고 있다. - 둘째, 글로벌 멀티 플랫폼 최적화.
요즘의 Z세대는 음악보다는 ‘캐릭터’를 소비하고, 영상보다는 ‘관계’를 소비한다. 하츠투하트는 바로 이 지점을 노린다. 유튜브, 틱톡, 브이로그, 인터랙티브 콘텐츠에서 팬과의 연결 지점을 강조하며, 팬과 ‘심장 대 심장(HART2HEART)’으로 이어진다는 세계관을 펼치고 있다.
‘하츠투하츠’는 새로운 소녀시대인가?
‘소녀시대’는 한 세대의 정서를 관통한 이름이다. 하츠투하트가 그와 똑같은 신화를 만들 수 있을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SM이 다시 ‘시대를 정의하려 한다’는 의지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하츠투하트는 과거를 모방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의 유산을 토대로,
- 더 넓은 글로벌 무대,
- 더 다채로운 문화의 융합,
- 더 인간적인 AI 시대의 감성 소통을 시도하는 팀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카르멘’이라는 인물은 단지 멤버가 아니라 하나의 방향성이다.
그녀의 데뷔는 메이저리그에 첫 출전하는 선수가 단순히 경기를 뛰는 것이 아닌, 한 나라의 꿈을 짊어지는 순간처럼 보인다. 그들이 어떤 서사를 써나갈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 하츠투하츠는 단연코 ‘SM의 새로운 시대’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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