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KiiiKiii 데뷔와 뉴진스 이펙트 부재

K-POP 걸그룹 KiiiKiii의 멤버들이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각기 다른 헤어스타일과 의상을 입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다섯 명의 소녀들이 특징적입니다.

2025년, K-POP에 또 하나의 신인 걸그룹이 등장했다. 바로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신예 KiiiKiii. 이들은 데뷔 전부터 공개된 뮤직비디오 I Do Me를 통해 독특한 분위기를 선보이며 “또 하나의 괴물 신인 걸그룹이 나오는구나”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도시적인 세련됨이 아닌, 시골 소녀의 풋풋함과 자기 확신이 어우러진 이미지. 그것은 기존의 “당찬 걸크러시” 서사를 넘어서는 신선함이었다.

하지만 대중의 감탄은 거기까지였다.

뮤직비디오에서의 기대감은 음악방송 무대에서 극적인 전환을 보여주지 못했다. 데뷔 무대가 뿜어내는 임팩트가 뉴진스의 ‘Attention’ 무대만큼의 충격을 주지 못한 것이다. 도대체 왜?

이 글에서는 Kiii Kiii의 사례를 통해, K-POP 걸그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뮤직비디오, 안무, 아트디렉션, 자본이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뉴진스와 아이브, 두 거대한 선배 그룹이 각각 어떤 전략으로 ‘시대의 그룹’이 되었는지를 살펴보며, Kiii Kiii가 놓친 것과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을 고찰해보려 한다.

KiiiKiii, ‘스파게티를 주고 포크는 주지 않은’ 데뷔

I Do Me의 뮤직비디오는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낯선 공간감, 어설프지 않게 짜인 로컬 무드,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당찬 자기 확신. 기존 아이돌 서사에서 보기 힘든 ‘생활 밀착형’ 판타지를 표현한 점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카메라 워킹, 톤 보정, 스토리텔링—어느 하나 허투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매혹적인 뮤직비디오는 무대에서 그대로 옮겨지지 않았다. 오히려 무대는 ‘심심했다’. 안무는 동작 하나하나는 흥미롭지만, 전체 흐름은 밋밋하고, 곡의 기승전결에 맞는 시각적 몰입감을 주지 못했다. 마치 아주 잘 만든 스파게티를 내놓고는 포크를 주지 않은 듯한 기분이다. ‘보기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도구가 부재한 것이다.

뉴진스는 어떻게 달랐는가: ‘Attention’ 무대의 전략적 완성도

뉴진스는 뮤직비디오와 무대 사이의 간극을 거의 없앴다. Attention의 뮤비는 마치 브랜드 광고처럼 세련되었고, 이 감성은 방송 무대에서 그대로 이어졌다. 비결은 ‘어도어’의 비주얼 전략 일원화였다. 음원 → 뮤비 → 안무 → 무대 → 콘텐츠 콘텐츠 콘텐츠. 모든 콘텐츠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촘촘하게 이어지며,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했다.

예를 들어 뉴진스는 카메라 워킹과 아이돌 동선, 앵글까지 고려하여 안무를 설계한다. 음악방송의 ‘카메라 삼촌’들이 어떤 앵글을 선호하는지, 어떤 순간이 gif로 퍼질지를 계산해 만든 무대라는 것이다. 뮤비의 ‘감성적 정서’를 무대 위에 얹는 것. 이것이 뉴진스식 퍼포먼스의 핵심이다.

이는 단순히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렉팅과 퍼포먼스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트디렉터, 프로듀서, 퍼포먼스 디렉터가 ‘한 톤’으로 말하고, 움직이는 팀워크에서 나온 결과다.

스타쉽은 왜 포크를 놓쳤는가? 제작의 분절화 문제

스타쉽은 아이브라는 성공 그룹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브의 경우, 기획과 결과물 사이의 ‘온도 차’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ELEVEN’, ‘LOVE DIVE’, ‘After LIKE’는 트렌디한 이미지와 고음 중심의 멜로디, 그리고 다이내믹한 구성이 조화를 이루었다.

Kiii Kiii는 그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걷는다. 신선함이 무기인 그룹에서, 아이브식 스케일이나 화려함보다는 ‘결’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결이 무대에서는 끊어졌다. 아트디렉션과 무대 구성 사이의 조율 부재, 혹은 퍼포먼스 전략 부재가 그 원인일 수 있다. 뮤비를 만든 팀과 퍼포먼스를 짠 팀이 동일한 비전을 공유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자본의 문제일까?

자본은 분명 중요하다. 뉴진스의 경우, 하이브의 자회사인 어도어가 SM 스타일의 제작 시스템을 기반으로 독자 운영되는 구조다. 전속 아트 디렉터, 전담 퍼포먼스 팀, 자체 브랜드 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이는 일종의 K-POP 2.0 시스템이라 불릴 만큼 고도화된 구조다.

반면, 대부분의 기획사는 외주 중심 시스템을 유지한다. 안무는 퍼포먼스 팀, 비디오는 프로덕션 하우스, 스타일링은 외부 스타일리스트—모두 분절화된 구조에서 움직인다. 자본의 문제가 단순히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을 어떻게 쓰는지의 문제라는 말이다.

만약 뉴진스가 독립하게 된다면?

최근 뉴진스는 하이브와 어도어 간의 법정 분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만약 그들이 법적으로 독립한다면, 과연 지금처럼 감각적인 콘텐츠를 유지할 수 있을까?

정답은 쉽지 않다. 뉴진스는 단순히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그룹’이 아니다. 그들은 기획과 연출, 이미지와 세계관이 모두 결합된 브랜드였다. 만약 이 시스템이 해체된다면, 그 자체로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진스가 자체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법을 배웠다면, 그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독립적 ‘K-POP 브랜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잘 만든 스파게티’가 아닌 ‘먹게 만드는 연출’을 향해

K-POP은 이제 음악 그 자체보다도, 그 음악이 전달되는 방식이 더 중요해진 시대다. 단지 좋은 곡, 예쁜 멤버만으로는 ‘또 하나의 괴물 신인’이 될 수 없다. 뮤비, 무대, SNS 콘텐츠, 팬 커뮤니티—이 모든 것이 전략적 시나리오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Kiii Kiii는 분명 매력적인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 필요한 것은 ‘보여주는 힘’이 아니라, 보이게 하는 힘이다. 무대는 한 편의 연극이고, 카메라는 관객의 눈이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포크 없는 스파게티’가 아닌, ‘맛있게 먹게 만드는 구성력’이 필요하다.

뉴진스가 그 해답을 보여주었고, Kiii Kiii는 지금 그 해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른 ‘완성형 걸그룹’이 어떻게 탄생할지를 지켜보는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slowburger
slowburger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