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으로 비트코인이 오르는 2가지 이유

2025년, 세계 경제는 다시 한 번 격동의 한가운데 서 있다. 미중 간의 관세 전쟁이 재점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다시 긴장 상태에 놓이고 있고, 미국은 전례 없는 경제적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과거와 달리 이 불확실성은 단지 기업 실적이나 무역 지표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시장의 전반적인 심리와 자산 선호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 주식은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동안 ‘위험 자산’으로 간주되던 비트코인이 오히려 안전자산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가격 차트를 넘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심리와 자산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1. 관세 전쟁의 재점화 – 불확실성의 도화선

관세 전쟁은 무역을 무기로 삼은 정치적 갈등이다. 미국과 중국이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지만, 그 피해는 결국 양국 국민과 글로벌 소비자 모두에게 돌아간다. 미국이 중국산 원자재와 전자 부품에 25%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제조업체들은 생산 비용 상승에 직면하게 되었고 이는 곧 소비자 물가로 전가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기업의 수익성은 감소하고, 월가에서는 실적 시즌을 앞두고 잇따른 하향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술주와 소비재주는 타격이 크다. 공급망의 단절은 애플, 테슬라, 나이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이익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주식 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2. 미국 주식의 하락 – 신뢰의 흔들림

미국 증시, 특히 나스닥과 S&P500 지수는 관세 전쟁의 불확실성을 정직하게 반영하고 있다. 금리 인하 가능성조차도 주가 하락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연준(Fed)의 완화 정책이 시장에 ‘버팀목’ 역할을 해주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고금리 시대의 그림자가 여전히 남아 있고, 인플레이션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금리를 급격히 낮추는 순간, 다시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투자자들은 더 이상 ‘Buy the Dip(하락 시 매수)’ 전략을 신뢰하지 않는다. 반대로, 상승장의 정점에 있던 종목들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어적 포지션으로 이동하고 있다.

3. 비트코인의 상승 – 새로운 ‘디지털 금’의 부상

이와 동시에 비트코인의 가격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상승한 첫 계기는 2024년 말의 ETF 승인과 관련이 있지만, 지금의 상승세는 단순한 기술적 반등이 아니다.

첫째,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 시스템과 일정 부분 독립적인 자산이다. 달러 가치가 흔들리거나 금융시스템이 위기에 처했을 때, ‘대체 자산’으로서의 매력을 지닌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은 달러의 가치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고 있고, 그 틈을 비트코인이 파고들고 있다.

둘째, 비트코인은 국경을 초월한 자산이다. 미중 무역 갈등과 같이 국가 간의 긴장이 고조될 때, 투자자들은 자산을 ‘탈정치화’하고자 한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도, 국가도 통제하지 못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외교적 긴장 상황에서 오히려 신뢰를 얻는 역설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4. 투자자 심리의 변화 – “이젠 비트코인이 더 안전해 보인다”

한때 비트코인은 극도의 변동성을 가진 투기성 자산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변동성이 줄고, 제도권 진입이 이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특히 MZ세대와 같은 젊은 투자자층은 전통 자산보다 디지털 자산에 더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기관 투자자들도 움직이고 있다. 블랙록(BlackRock), 피델리티(Fidelity), 그리고 JP모건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관련 상품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에 ‘제도적 신뢰’를 부여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더 이상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닌,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필수 자산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5. 새로운 자산 시대의 서막

현재의 경제 위기는 단순히 사이클의 문제가 아니라, 자산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방식의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과거에는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금이나 국채 같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제 디지털 자산도 이 목록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금처럼 희소성이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투명성과 보안성을 갖춘다. 특히 젊은 세대에겐 금보다 더 ‘현대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디지털 세대의 금융 철학을 반영한 현상이다.

흔들리는 전통, 올라서는 대안

관세 전쟁은 미국 경제의 내구성을 시험하고 있다. 과거엔 이러한 상황에서 연준이나 정부의 대응이 ‘시장의 구원자’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시장 스스로 다른 탈출구를 찾고 있다. 주식은 흔들리고, 비트코인은 올라간다.

이 역설적인 상황은 곧, 변화된 시대의 상징이기도 하다. ‘위험 자산’이 ‘안전 자산’으로 변모하고, 국가의 힘을 벗어난 자산이 더 큰 신뢰를 얻는 시대. 지금 우리는 금융과 정치, 기술이 교차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

불확실성은 언제나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 그리고 그 질서는, 지금 우리가 투자하는 방식 속에 이미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slowbu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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